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상황을 담아 회고록을 낸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향해 "‘검사왕국’이 되자 부정한 정치검사가 낯부끄러운 줄 모르고 고개를 내민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인규 회고록
지난 3월 17일 이재명 대표는 SNS(소셜미디어)에 ‘안하무인 검사왕국에 분개한다’라는 제목의 글에 이같이 전했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책임자였던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노 전 대통령 수사 상황을 담아 회고록을 발간한 데 반발한 것입니다. 이 대표는 "반성하고 자숙해도 모자랄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회고록을 내다니. 고인의 명예를 또 한 번 짓밟았다"며 "우리는 허망하게 노 전 대통령을 보내야 했던 ‘논두렁 시계 공작사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검찰은 입증되지 않은 사실을 언론에 유출하며 전직 대통령을 범죄자로 낙인찍었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이어 그는 "공작수사를 벌이고 정치보복 여론재판과 망신주기에 몰두한 책임자가 바로 이인규"라며 "어디 감히 함부로 고인을 입에 올린단 말인가. 검찰은 안하무인 막 나가도 되는 프리패스라도 된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습니다.
이 대표는 "저들의 오만에 단호히 분개한다. 제 아무리 ‘유검무죄 무검유죄’, ‘만사검통’의 시대가 되었다지만 궤변이 진실로 둔갑할 순 없다"며 "인륜과 도리를 저버린 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역사의 심판을 맞이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인규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하다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사표를 냈습니다. 그는 3월 20일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라는 제목의 회고록을 발간할 예정입니다.
이인규의 회고록에는 어떤 내용이 있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했던 '박연차 게이트 사건'의 수사 책임자였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수부장(65세ㆍ사업연수원14기)이 14년간의 침묵을 깨고 회고록을 출간했습니다. 529쪽에 달하는 회고록 제목은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 - 누가 노무현을 죽였나>입니다.
이 전 중수부장은 "우리는 사실보다 개인의 신념이나 감정이 여론 형성에 더 크게 작용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사실보다 진영 논리가 중요하며 거짓도 '대안적 사실'로 현실에 등록하면 그것이 곧 새로운 사실이 되는 세상이다" 라는 말로 책머리를 시작합니다.
"문재인의 무능이 盧 죽음의 한 원인... 노무현 뇌물 수수는 팩트"라면서 그는 회고록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사건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진실을 알고 있음에도 자신의 회고록 <운명>에서는 사실을 왜곡해 검찰 수사를 폄훼했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었던 문 전 대통령이 수사 책임자인 이 부장 본인은 물론 수사팀 누구에게도 연락하거나 찾아온 적이 없었고 수사내용을 파악하여 수사방향을 조율하는 노력을 한 적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문 전 대통령이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서 한 장 제출한 바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한 마디로 문 전 대통령은 변호인으로서 무능하고 무책임했으며 이것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막지 못한 한 원인이 됐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이 전 중수부장은 문 전 대통령이 정치를 결심한 이후 태도가 돌변해 검찰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노무현의 주검 위에 거짓의 제단을 만들어 대통령이 됐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또 좌파진영에서는 지금도 ‘논두렁 시계’ ‘망신주기’라는 말로 검찰이 허위사실로 모욕을 주어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견강부회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입니다. 노 전 대통령이 저지른 비리의 실체는 은폐하고 검찰을 악마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전 중수부장은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는 점도 거듭 강조합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고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2억원이 넘는 시계를 선물 받았고 이를 버렸다고 진술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노 전 대통령 비리 혐의는 본인, 부인 권양숙 여사, 아들 노건호 씨, 딸 노정연 씨, 조카사위 연철호 씨, 총무비서관 등이 관련된 가족비리의 양상을 보여주고 뇌물 혐의 대부분은 사실에 기반한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결국 그가 책에서 명확한 결론을 내리고 있지는 않지만 ▲노 전대통령의 죽음은 본인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고 ▲변호인이었던 문재인의 무능이 비극을 막지 못한 원인 중 하나인데▲소위 진보 측에서는 저주나 다름없는 언어폭력으로 검찰을 몰아부쳤다는 게 이 책의 요집니다.
이인규 회고록이 불러오는 파
이 전 중수부장의 회고록 내용이 알려지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노무현재단은 17일 "이 전 부장이 노 대통령 서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정치검사"라며 "정치공작의 산물이며 완성되지도 않았던 검찰 조서를 각색해 책으로 출판한 것은 고인과 유족을 다시 욕보이려는’2차 가해’행위"라는 입장문을 냈습니다. 이어 "이인규 씨의 책 내용은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며 "공소시효 만료 시점에 맞춰 수사 기밀에 해당하는 내용을 검증된 사실인 양 공표하는 것은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까지 저버린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재단은 수사기록이 "법정에서 검증된 문서가 아니다"며 "증거능력이 없는 수사기록 일부를 꺼내 고인과 유가족을 모욕하는 것은 정치공작으로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대통령을 억울한 죽음으로 몰고 간 정치검사가 검사 정권의 뒷배를 믿고 날뛰는 행동"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을 두 번 죽이는 것이요, 정치검사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라고 일축했습니다. 반면 또 다른 일각에서는 "뒤늦게나마 사실이 밝혀져 다행"이라며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감옥행과 탄핵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좌파들의 광기어린 복수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라는 평가도 나옵니다.